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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달의 한면만을 바라보고 있다  

지구는 달의 한면만을 바라보고 있다              이미지 #1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
 
우리는 상대를 보면서도 ‘자기 안에 맺힌 상’으로서 본다.
 
인간의 시선은 유년기를 지나 성장기를 통해 어느 정도 형성되어 버리고 굳어지는 것 같다. 자기의 몸을 변화시킬 수는 있지만, 시선을 변화시키기는 힘든 건지도... 자기가 만든 색채가 묻은 안경을 쓴 대부분 사람들은 타인과 같이 살면서도 자기 시선 속의 세상을 본다. 우리는 같은 대상을 보면서도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본다. 아마도 필연적으로 그러하게끔 되어있다.
 
쿤데라의 소설 《농담》은 여러 인물 편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 소설은 각각의 인물이 다르게 보는 하나의 사건, 즉, 하나의 사건이 각자의 시선에 들어와 어떻게 판단되어 각색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때 ㅡ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ㅡ 나의 온 존재가 매달린 한 여인에 대한 총체적 욕망을 느끼고 있었다고. 그것은 몸과 영혼, 욕망과 다정함, 서글픔과 삶에 대한 강렬한 욕구였으며, 위안에 대한 갈구이자 동시에 저속함에 대한 갈구이고, 영원히 소유하고 싶은 갈망이자...
- P. 183
 
이렇게도 마치 운명처럼 사랑스럽게 그녀를 느끼는 루드비크, 그런데 소름 끼치게도 그녀는 그를 그렇게 보지 않았다. 그녀에게 그는 그저 욕구를 참지 못하는 더할 수 없이 두렵고 강압적인 남자로 기억된다. 반대로 약간 광신자 같은 한 사기꾼은 그 여자를 현혹하여 그녀를 가졌을 뿐인데, 어처구니없게도, 그녀에게는 그가 사랑으로 아름답게 기억된다.
 
얘기만 들으면 이상하지만 실은 그럴 수 있다. 우리는 거울처럼 서로를 각자의 측면에서밖에 볼 수 없다. 상대를 볼 때,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그 사람의 전체 중 우리에게 향해 있는 부분뿐이다.
 
지구를 공전하고 있는 달의 뒤편을 우리가 보지 못하듯이... 결국, 보여지지 않은 상당수의 진실은 나중에야 깨닫게 되거나 평생 깨닫지 못한다.
 
나는 루치에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녀가 실제로 누구인지, 그녀 자체로서 그리고 자신에 대하여 어떤 사람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나는 그녀의 존재를 오로지 나에게로 곧바로 향해 있는 측면에서만 받아들였다.
- P. 419
 
사람에게 있어서 타인이란 그저 자기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떤 '상'을 가진 존재일 뿐이다. 좋은 사람? 정말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있긴 한 걸까?
 
상대에 대한 '상'은 자기의 감정이 상대에게 투영되어서 만들어진다. 하나의 지구를 걸으며 같은 하늘을 다른 시선으로 쳐다본다.
 
아군과 적군은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나? 어제까지의 아군이 오늘부터 적군이 될 수도 있다. 단지, 자기의 시선과 입장에 따라... 내가 보이고 있는 모습을 타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진심 그대로? 아닐지 모른다! 자기들 마음 안의 저속한 색채를 입히기도 하고 자기들 눈 속의 아름다운 광채를 더하기도 하며 나를 받아들인다.
 
그러므로 우리 자신 또한 타인을 바라보는 자기의 시선이나 판단이라는 것을 너무 믿어도 안 되는 것 같다. 소통은 ‘상대에 대한 자기의 시선과 판단이 달랐을 수 있다’는 열린 마음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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